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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의 詩 文學
춘몽 이만섭 눈떠보니 꿈이다.잠든 적 없는데 눈 한번 감았다 뜬 사이숨결을 박차고 나온 듯 온기가 고스란하다.꽃핀 자리마다 물들어놓은 연둣빛 연두에 우는 새들물보라 휘날리는 골짜기의 폭포수는약동하는 산색의 심장 소리청명의 옷자락에 오색 띠 두르고 춤추던 선녀들 돌아간 물푸레나무 아래 아리따움의 여운 보자기처럼 펴 놓고 계절을 예찬하듯 일월에 경배를 올린다.가파른 산록에도 새로 난 길 있어나무들 우듬지마다 옷깃 여미듯 고개 내밀어 들릴 듯 말들 속삭이는 명지바람에 귀를 내주는데점점 밝아오며 환해지는 것들어디선가 건너오는 세안하는 소리투명을 입어선지 맑은 낯은 보이지 않고 뽀드득 움켜쥔 물 자락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이슬 같은 은빛 날개를 반짝인다.순간마다 초점을 맞추..
선글라스 이만섭 나도 알 수 없는 배후 세력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내가 있어 애매해진 나는 세상을 보는 게 아니다 살피는 거다. 햇빛 공화국에 입국한 그늘의 신분처럼 외따로운 표정으로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도 서늘한 뒤통수는 누군가 쏘아보는 듯 목적은 따로 있는데 도드라진 입장의 차이는 가까이에서도 거리감을 재듯 이어폰이라도 끼면 신분이 드러날까 봐 그렇지는 못하고 수상쩍은 대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서 지하 계단에 들면서 더는 필요 없게 된 신분도 배후 세력도 고스란히 떠안고 빛바랜 혐의점에 갇혀버린 채 스크린도어 앞에 선 나는 햇빛이 보낸 밀사처럼 그늘 속의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어떤 근황 이만섭 보채는 아기 등 토닥거리듯 대지를 쓰다듬는 봄볕 데크 위에도, 우리집 강아지 동공 지키려 안간힘을 쓰다가 나른해진 눈꺼풀을 포기한 채 네 발 쭉 뻗고 말았습니다. 참새들 나무와 나무 사이 오가고요. 바람도 이따금 강아지 엉덩이 털을 훅, 하고 입김처럼 불며 지나가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강아지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돌아눕습니다. 폭신한 방석의 둘레만큼 고스란하게 뭉쳐진 한낮이고요.
벚꽃들 이만섭 이타적인 봄이다 시작은 꿈을 위해서라지만 깨어보니 강냉이 튀밥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왔으니 나무에도 심장이 있어 가늘고 섬세한 손으로 내 안에 창을 열어젖히며 도대체 어쩌자고 꽃들은 창밖에서 저토록 함함하게 피어 난리다 몰려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천변에 나가볼까 하다가 티브이가 가까이 끌어 당겨놓은 벚꽃들 풍경을 독차지하고서 하얀 사기그릇 접시 펼쳐놓은 듯 동글동글하게 이목구비조차 지워버린 함박웃음이다 청명을 기리는 하늘은 한 점 흰 구름조차 발을 못 붙이게 해놓고 소녀들의 하얀 치아처럼 웃고 있는 꽃잎들은 설렘이 분출하는 두근대는 심장 소리 그래 너희들 세상이다 청춘의 소풍이다 아직은 알 수 없겠지만 돌이켜보면 눈물 나는 순간이다 그립다는 말의 긴 모가지도 이쯤에서 멈춰놓고 울컥울컥 쏟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