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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의 詩 文學
못질 이만섭 꽝꽝, 여시아문(如是我聞),* 너도 이와 같이 들었느냐, 납작한 정두에 등불 켜는 망치 소리 난청인들 개의치 않겠지만 벽을 문으로 화두를 찾아 나서는 길이다. 꽝꽝,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칠흑의 어둠에 정면으로 맞서는 승부사의 차가운 근성으로 위태로운 난간을 걷어내..
佳客은 떠나고 이만섭 가고 나서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참으로 절창이었다고, 뒷북치듯 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모른 채 단지 묻지 못한 애석한 입들은 오늘도 흘러 다닌다. 시장바닥에서 네거리에서 골목길에서 사람들은 노래방처럼 흉내 낸다. 봄날은 간다는 노래도 사실은 ..
버스킹 이만섭 오후 두 시의 나른함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인사동 길 회화나무 아래 중년의 사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집시처럼 기다하게 흘러내린 머리는 세월에 길들어진 듯 천 원짜리 예닐곱 장이 담긴 커다란 악기 상자마저 허기져 보이는데 인도의 몰약 장수가 항아리 ..
겨울비, 밤비 이만섭 저 지친 흐느낌은 길 잃은 날짐승의 울음소리, 그뿐 밤 깊도록 그치지 않고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모다 돌아갔는데 행여 길 잃은 것은 아닐까, 공연히 참견하듯 뒤척뒤척 건너가는 생각들, 잠자코 찾아드는 울음소리 밖 서성거림을 외면하지 못하는 내게 돌아간다..
자루의 힘 이만섭 자루들이 실려 가고 실려 온다 업혀 가고 업혀 오듯 봉인된 채 누리는 호사다 구석에 처박혀 옴짝 못하는 경우라도 입구를 동여 똘똘 뭉쳐 지켜내는 내면이란 그만한 이구동성도 없을 듯 갇힌 몸으로 부려먹는 것이다 쉿! 나는 사물이 아니오, 보이는 것은 겉모습이오, ..
땀 -이만섭 이 말은 살과 뼈가 부딪쳐 흘러나오는 피의 이음동의어 그런 고집스러운 이유에서 어떤 진실조차도 섞길 거부한다. 농부였던 아버지는 이것을 귀하게 여겨 한평생 몸을 심하게 쓰셨다. 썩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며 나무가 열매를 익히느라 물관에서 흘린 땀이 등걸에 각질..
낙원동 골목 이만섭 꽃집과 모텔 사이 옷가게와 해물탕집이 들어앉아 기웃거린다. 골목은 서로 끌어당기느라 찢겨 그것들만의 목적으로 기울어지고 애초에 불거진 생각 좇아 어두워지는 상점들을 따라가면 복숭아밭 푯말이라도 나올 것만 같은데 악기점 못미처 허름한 누각 하나, 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