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선글라스 /이만섭 본문
선글라스
이만섭
나도 알 수 없는 배후 세력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내가 있어
애매해진 나는
세상을 보는 게 아니다 살피는 거다.
햇빛 공화국에 입국한 그늘의 신분처럼
외따로운 표정으로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도
서늘한 뒤통수는 누군가 쏘아보는 듯
목적은 따로 있는데
도드라진 입장의 차이는
가까이에서도 거리감을 재듯
이어폰이라도 끼면 신분이 드러날까 봐
그렇지는 못하고 수상쩍은 대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서
지하 계단에 들면서
더는 필요 없게 된 신분도 배후 세력도
고스란히 떠안고
빛바랜 혐의점에 갇혀버린 채
스크린도어 앞에 선 나는
햇빛이 보낸 밀사처럼
그늘 속의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