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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의 詩 文學
어떤 근황 /이만섭
어떤 근황 이만섭 보채는 아기 등 토닥거리듯 대지를 쓰다듬는 봄볕 데크 위에도, 우리집 강아지 동공 지키려 안간힘을 쓰다가 나른해진 눈꺼풀을 포기한 채 네 발 쭉 뻗고 말았습니다. 참새들 나무와 나무 사이 오가고요. 바람도 이따금 강아지 엉덩이 털을 훅, 하고 입김처럼 불며 지나가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강아지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돌아눕습니다. 폭신한 방석의 둘레만큼 고스란하게 뭉쳐진 한낮이고요.
시 6
2024. 4. 7. 14:04
벚꽃들 /이만섭
벚꽃들 이만섭 이타적인 봄이다 시작은 꿈을 위해서라지만 깨어보니 강냉이 튀밥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왔으니 나무에도 심장이 있어 가늘고 섬세한 손으로 내 안에 창을 열어젖히며 도대체 어쩌자고 꽃들은 창밖에서 저토록 함함하게 피어 난리다 몰려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천변에 나가볼까 하다가 티브이가 가까이 끌어 당겨놓은 벚꽃들 풍경을 독차지하고서 하얀 사기그릇 접시 펼쳐놓은 듯 동글동글하게 이목구비조차 지워버린 함박웃음이다 청명을 기리는 하늘은 한 점 흰 구름조차 발을 못 붙이게 해놓고 소녀들의 하얀 치아처럼 웃고 있는 꽃잎들은 설렘이 분출하는 두근대는 심장 소리 그래 너희들 세상이다 청춘의 소풍이다 아직은 알 수 없겠지만 돌이켜보면 눈물 나는 순간이다 그립다는 말의 긴 모가지도 이쯤에서 멈춰놓고 울컥울컥 쏟아내..
시 6
2024. 4. 7.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