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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의 詩 文學
저녁의 두부 이만섭 반듯하게 세워진 두부가 가까이 다가가면 무너져 내릴 듯 시선을 끌며 주의력을 환기하고 있다. 말랑한 선입견이 길어지면서기하학적인 구성을 더는 받쳐주지 못하고두부는 왠지 흘러내릴 것만 같다. 관심을 끌어들이는 중일까,편안한 차림으로도 맛을 단속하며 조금씩 팽창하는 두부 자늑자늑한 표정을 견디다가맑고 순결한 감정에 다가가듯 착한 손을 내민다. 예의 부드러운 촉감이매끈한 액체를 끼얹듯 훅- 하고 밀려드는데밑줄 그어진 고소함 만큼이나몽글거리는 친절에 화답이라도 하듯 네모난 두부를 해체하여평면을 지켜낸 식탁이 안정을 찾은 듯 차분하다 저녁 이후에는 어떤 부드러움이 이어질까,생각하는 내내 마음이 두부 같다.
나뭇잎 서정 이만섭 나뭇잎이 꽃처럼 피어 흔들린다. 잎사귀 위에 잎사귀 나무를 드높이 끌어 올리며 나무의 날개가 되어 바람을 타고 허공을 날면 나무는 제자리에서도 공중 어딘가를 배회하다가 돌아온다. 새 떼처럼 즐비하게 나뭇가지에 앉아 깃털을 고르듯 나뭇잎이 푸름을 드높이는 여름 숲, 천 만개의 잎사귀들 단색조의 모자이크로 수놓아 말간 빛살에 얼굴을 내주며 그늘 바닥처럼 허공에 들어앉아 있다. 나무 아래를 걷는다. 나무의 등걸이 길을 내주는 사이로 푸른 이내 휘감아오며 생경한 기운이 옷자락을 잡아끄는데 나는 나뭇잎이 안내하는 손길인 줄 모르고 새로 생긴 길은 자꾸만 부풀어 올라 가슴께까지 차오른다. 소년이었을 때 이 길을 지나왔..
여름 저녁 머리맡에 선풍기를 앉혀놓고 이만섭 뭇 바람이 비켜 간 뒤 맨 나중에 불어오는 바람 소리로 선풍기가 돌고 있다. 부탁받은 손길처럼 풍차를 돌리듯 사위를 에도는 구음으로 초록 그늘을 퍼 날리고 있다 가운데 놓였어도 구석처럼구석에 놓였어도 가운데처럼 꾸물거리는 더위를 훠이 훠이 흐트러뜨리며 제 몸 내오는 소리는 붙박인 자리 붐비듯 어디선가 쏟아져나오는 여름날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한다. 돌이켜보면 허둥허둥 흘러온 자취인데끊임없이 뿜어내는 폐활량만으로도 이타적이어서저 소리 중심에 육탈한 눈부처 앉아 있다. 이 저녁에도 한 수레 가득 바람을 싣고 오는 숨 가뿐 바큇살의 드난살이는하루에도 팔만 육천사백 번뇌를 굴려내고도 거뜬히 제자리를 지켜..
사랑 이만섭 보이는 것 맨 앞에 얼굴이 있다. 눈 감아 보이지 않을 때도그 얼굴이 내미는 손길이 있다. 꽃나무 맨 앞에 꽃송이아름답게 피워낸 얼굴을 보아라, 나의 눈동자에 한 꽃송이로 피어있는 너 깊은 그늘 자리에서도 볕뉘로 반짝이는분홍빛 물든 얼굴로
외로움도 꽃이다 이만섭 혼자가 되지 못해 주저앉힌 마음 곁에꽃피우지 못하는 나무 한 그루 지상에 꽃피지 않는 나무 없다는데꽃에 이르지 못하는 나무는 어떤 이유일까, 열 번이면 열 번 뜻을 굽히지 못해생각은 더 나아가지 못하는데 저만치에 바람 속에 핀 한 꽃송이제 온 길 지워놓듯 나무조차 가려놓고골짜기의 백합처럼 홀로 세웠다. 어둠 속 기나긴 침묵으로밤을 건너온 꽃송이의 아침은꽃대를 세우던 시간을 지나서 마침내 혼자가 되어 이룬 자리 만월처럼 사방 가득 비추며외따로이 뿜어내는 꽃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