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벚꽃들 /이만섭 본문
벚꽃들
이만섭
이타적인 봄이다
시작은 꿈을 위해서라지만 깨어보니
강냉이 튀밥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왔으니
나무에도 심장이 있어 가늘고 섬세한 손으로
내 안에 창을 열어젖히며
도대체 어쩌자고 꽃들은 창밖에서
저토록 함함하게 피어 난리다
몰려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천변에 나가볼까 하다가
티브이가 가까이 끌어 당겨놓은 벚꽃들
풍경을 독차지하고서
하얀 사기그릇 접시 펼쳐놓은 듯 동글동글하게
이목구비조차 지워버린 함박웃음이다
청명을 기리는 하늘은 한 점 흰 구름조차
발을 못 붙이게 해놓고
소녀들의 하얀 치아처럼 웃고 있는 꽃잎들은
설렘이 분출하는 두근대는 심장 소리
그래 너희들 세상이다 청춘의 소풍이다
아직은 알 수 없겠지만 돌이켜보면 눈물 나는 순간이다
그립다는 말의 긴 모가지도 이쯤에서 멈춰놓고
울컥울컥 쏟아내는 허공
길에 밟히는 꽃잎들이 다를 것인가,
어떤 그리움을 발밑에 둔 표정들 견딜 수 없어
에라! 모르겠다
벚꽃 세상 속으로 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