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춘몽 /이만섭 본문
춘몽
이만섭
눈떠보니 꿈이다.
잠든 적 없는데 눈 한번 감았다 뜬 사이
숨결을 박차고 나온 듯 온기가 고스란하다.
꽃핀 자리마다 물들어놓은 연둣빛
연두에 우는 새들
물보라 휘날리는 골짜기의 폭포수는
약동하는 산색의 심장 소리
청명의 옷자락에 오색 띠 두르고 춤추던 선녀들
돌아간 물푸레나무 아래
아리따움의 여운 보자기처럼 펴 놓고
계절을 예찬하듯 일월에 경배를 올린다.
가파른 산록에도 새로 난 길 있어
나무들 우듬지마다 옷깃 여미듯 고개 내밀어
들릴 듯 말들 속삭이는 명지바람에 귀를 내주는데
점점 밝아오며 환해지는 것들
어디선가 건너오는 세안하는 소리
투명을 입어선지 맑은 낯은 보이지 않고
뽀드득 움켜쥔 물 자락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이슬 같은 은빛 날개를 반짝인다.
순간마다 초점을 맞추며 화들짝 깨어나는 것들이
눈부신데 물끄러미 들어서는 자취 하나
어느 청춘이 뜨거운 입맞춤에서 깨어
초록 풀숲에 똬리를 튼 화사처럼
나른한 그늘 자리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꽃수레에 실려 가는 꽃 멀미에
아지랑이처럼 흐느적거리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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