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춘몽 /이만섭 본문

시 6

춘몽 /이만섭

이만섭 2024. 4. 21. 10:16

 

춘몽

 

 

                   이만섭

 

 

눈떠보니 꿈이다.

잠든 적 없는데 눈 한번 감았다 뜬 사이

숨결을 박차고 나온 듯 온기가 고스란하다.

꽃핀 자리마다 물들어놓은 연둣빛

연두에 우는 새들

물보라 휘날리는 골짜기의 폭포수는

약동하는 산색의 심장 소리

청명의 옷자락에 오색 띠 두르고 춤추던 선녀들

돌아간 물푸레나무 아래

아리따움의 여운 보자기처럼 펴 놓고

계절을 예찬하듯 일월에 경배를 올린다.

가파른 산록에도 새로 난 길 있어

나무들 우듬지마다 옷깃 여미듯 고개 내밀어

들릴 듯 말들 속삭이는 명지바람에 귀를 내주는데

점점 밝아오며 환해지는 것들

어디선가 건너오는 세안하는 소리

투명을 입어선지 맑은 낯은 보이지 않고

뽀드득 움켜쥔 물 자락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이슬 같은 은빛 날개를 반짝인다.

순간마다 초점을 맞추며 화들짝 깨어나는 것들이

눈부신데 물끄러미 들어서는 자취 하나

어느 청춘이 뜨거운 입맞춤에서 깨어

초록 풀숲에 똬리를 튼 화사처럼

나른한 그늘 자리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꽃수레에 실려 가는 꽃 멀미에

아지랑이처럼 흐느적거리는 봄날

 

 

 

 

'시 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타 생각 /이만섭  (0) 2024.05.17
화장지 /이만섭  (0) 2024.05.09
선글라스 /이만섭  (0) 2024.04.13
어떤 근황 /이만섭  (0) 2024.04.07
벚꽃들 /이만섭  (0) 202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