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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의 詩 文學
앵두나무/이만섭
앵두나무 이만섭 우물가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나무는십 년 전에도 지금도 변함없다. 그사이 꽃 피고 열매 맺어 많은 입술이 다녀가고 닮으려 했건만 바람만 맞고 우물물은 모를 리 없건만 흘러넘쳐 장소를 다 떠나갔다.물 긷는 하루가 저물어간 어느 봄밤 달이 차오를 때 누군가 나무 곁에 와서 사랑을 고백했다. 나무의 여린 꽃잎을 빌려 그립다는 말을 속삭였다. 닫힌 귀를 열고 들어간 그 사랑이 대답이라도 하듯 나무는씨방을 짓고 바람을 불러들여 장마를 함께하면서 입술이 여물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익어 약속이라도 하듯 계절은 세상에서 가장 붉은 입술을 선물했는데입술이 고백할 때까지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우물가는 미완의 사랑에 빠지고 그립다는 말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
시 6
2024. 9. 18.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