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낙타 생각 /이만섭 본문
낙타 생각
이만섭
벽시계처럼 또각또각 걷는 낙타를 생각한다.
모래 위에 쓰는 천천히, 라는 문장이 지루해도 재촉하지 않는 발걸음을 생각한다.
앉아 있을 때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을 생각한다.
목덜미 위에 걸린 고삐가 이어주는 잔등의 무게를 담담하게 끌어당기는 침묵을 생각한다.
머나먼 길 외로워도 기다란 눈썹 그늘이 가려주는 온순한 눈매를 생각한다.
가도가도 모래알뿐인 황량한 사막을 변함없이 평화처럼 대하는 초연한 표정을 생각한다.
이 모든 생각이 성자의 침묵처럼 부풀어 올라,
나의 발걸음과 쓸쓸함을 사육하는 생활을 거울에 비추어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