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햇봄 /이만섭 본문
햇봄
이만섭
간절기의 바람에 씻긴 민낯이
거울 앞에서 더 투명해 보이는 아침이다
무수한 손짓들 흔들며 나올 듯
고물고물 약동하는 거울의 눈동자
이리저리 갈마드는 궁리에 이끌려 다다른 창가
창유리의 망막을 한 꺼풀 더 걷어낸 듯
날빛 투명한 바깥은 무언가 발견하기 좋은 날
풀밭을 기는 뱀처럼 실내를 빠져나온다
금가루 같이 쏟아지는 햇빛을
어디에 써야 좋을까
누군가를 부르고 싶다
나 여기 있다며 외치고 싶다
서둘러 지나는 길모퉁이
샛노랗게 휘늘어진 개나리꽃에 붙들려 해찰하는데
꽃그늘 아래 반짝이는 푸른 눈빛
밀회를 들킨 고양이가 재빠르게 달아난 쪽으로
언덕 하나가 우뚝 서서
차가운 몸을 데우고 있다
저 햇빛 봉우리에 당도하면
봄바람이랑 꽃바람이랑 사귈 수 있을까
괜스레 마음 설레는 아침나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