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개미집 /이만섭 본문
개미집
이만섭
소인국이 궁금해지면
가끔 개미집을 들여다본다.
저 어둠 속에서
사는 재미는 또 어떤 것일까,
풀밭에서는 풀밭대로
시멘트 블록 틈새에서는 시멘트 블록 틈새대로
피리 구멍 속 같은 세상으로 들어가는
서두르지 않는 검은 촉수들
땡볕에서 절벽에서
푸나무에서 아름드리 교목 위에서
해종일 이어지는 오체투지로
마침내 다다른 저 좁디좁은 입구 너머에
발 뻗고 누울 방이 있어
다 저녁 이 바깥을 흔적 없이 빠져나간다.
어둠이 서서히 하루의 창을 닫는
한 번도 집구석이라고 불린 적 없는
어두컴컴한 저 숭고한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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