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가을빛 / 이만섭 본문
가을빛
이만섭
날씨가 애쓰는 일은 맑아지는 일
불어오는 바람도 힘을 보태며
개운해진 햇빛은 빨랫줄에 걸린 홑이불처럼
먼 데서 찾아와 묵어가는 손님에게 내주기에도 손색없다.
떠돌던 마음이 한철로 돌아온 듯
끄덕끄덕 고개 숙이는 열매들에도
얼마만큼 좁혀진 거리를 헤아린다.
저 햇빛 좇아 흰옷을 입으며
환하게 눈부실 때는 부끄러움까지 빼앗겼는데
어느덧 추분 지나 다시 보니
소꿉놀이가 남긴 모래처럼 바닥이 흩어져 있다.
하늘에 올라 구름으로 돌아왔나,
비로소 소풍 가는 뭉게구름
파란 하늘에 길을 비켜주는 것일까,
큰 날개 휘휘 저으며 백로가 횡단하는 들판
물억새 강가에 서면
가슴 속 맥박이 핏빛으로 선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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