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이만섭의 詩 文學

연못 가에서/이만섭 본문

시 6

연못 가에서/이만섭

이만섭 2024. 9. 14. 11:26

 

연못가에서

 

 

                       이만섭

 

 

 

언제부터 중심이 되었을까,

빙 둘러 들여다보는 외경이 한가롭다.

 

흰 구름을 양 떼처럼 몰고 오는 풍경에 반해 정착한 유목민처럼

바람의 등에 업힌 채 물 마중 나온 초록 혀들이 날름거린다.

 

정오를 끌어당겨 고요로 부푼 얼굴을

물거울에 비춰보다가 그마저 심심해지면

소금쟁이 불러들여 노닐곤 하는데

 

말간 상념을 지워버리기라도 하듯 팽팽한 수면을 터트리며

다이빙 선수를 자처하는 개구리는 어떤 기분일까,

 

관상용 식물을 재배하는 주인처럼 침묵하는

이쪽을 향해 버드나무 한 그루 걸어오고 있다.

끝없는 길의 둘레를 좇아 하늘거리며 

 

나무는 정착하는 순간부터 한 채의 사원이 되겠지만

초록의 청춘이 다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

 

 

 

 

'시 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앵두나무/이만섭  (0) 2024.09.18
산까치 /이만섭  (2) 2024.09.16
신발을 버리며  (0) 2024.08.31
토끼가 다녀갔다 /이만섭  (0) 2024.07.31
사과는 얼굴로 말한다 /이만섭  (0) 202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