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사과는 얼굴로 말한다 /이만섭 본문
사과는 얼굴로 말한다
이만섭
침묵으로 정조준하며
눈빛을 끌어당기는 얼굴이 팽창하고 있다.
감춘 말이 부푸는 중이다.
이 사과 얼마예요?
대답의 순서를 놓친 과일가게 주인은
빨간 볼이 자랑스럽다는 듯
이 사과 참 곱지요!
명랑한 라벨 같은 형용 문구를 붙인다.
침묵하는 언저리를 비켜
엄지와 중지 사이에 낀 지구본 같은 사과가
공중을 날아와 날갤 접는 새처럼 봉투에 담긴다.
진열대에 놓여 있을 때도
봉투에 담기는 순간에도 사과는
붉은 뺨을 뽐내며 침묵을 지키고
둥글게 꽃 피우는 말들
설레는 사과의 표정을 관찰하던 투명한 공기가
폐활량을 재는 허파 속으로 빨려든다.
사과를 사랑이라 불러도 좋을까,
'시 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발을 버리며 (0) | 2024.08.31 |
---|---|
토끼가 다녀갔다 /이만섭 (0) | 2024.07.31 |
슬픔의 더부살이 /이만섭 (0) | 2024.06.30 |
개인주의자 /이만섭 (0) | 2024.06.24 |
石附作에 적다 /이만섭 (0) | 2024.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