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사과는 얼굴로 말한다 /이만섭 본문

시 6

사과는 얼굴로 말한다 /이만섭

이만섭 2024. 7. 14. 11:36

 

사과는 얼굴로 말한다

 

 

          이만섭

 

 

 

침묵으로 정조준하며

눈빛을 끌어당기는 얼굴이 팽창하고 있다.

감춘 말이 부푸는 중이다.

 

이 사과 얼마예요?

대답의 순서를 놓친 과일가게 주인은

빨간 볼이 자랑스럽다는 듯

이 사과 참 곱지요!

명랑한 라벨 같은 형용 문구를 붙인다.

 

침묵하는 언저리를 비켜

엄지와 중지 사이에 낀 지구본 같은 사과가

공중을 날아와 날갤 접는 새처럼 봉투에 담긴다.

 

진열대에 놓여 있을 때도

봉투에 담기는 순간에도 사과는 

붉은 뺨을 뽐내며 침묵을 지키고

둥글게 꽃 피우는 말들

 

설레는 사과의 표정을 관찰하던 투명한 공기가

폐활량을 재는 허파 속으로 빨려든다.

 

사과를 사랑이라 불러도 좋을까,

 

 

 

 

'시 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발을 버리며  (0) 2024.08.31
토끼가 다녀갔다 /이만섭  (0) 2024.07.31
슬픔의 더부살이 /이만섭  (0) 2024.06.30
개인주의자 /이만섭  (0) 2024.06.24
石附作에 적다 /이만섭  (0) 202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