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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6

슬픔의 더부살이 /이만섭

이만섭 2024. 6. 30. 09:28

 

슬픔의 더부살이

 

 

 

                          이만섭

 

 

 

거짓을 드러내지 못하는 성정에 비추어보면

슬픔만 한 진실도 없을 테지만

결백의 몫을 키워 기쁨의 조각보를 깁는 슬픔이 있다.

 

어둠의 휘장을 두른 그림자가 빛의 등 뒤에서

환한 때를 기다리듯 감춰진 모습은

꼬깃꼬깃 접힌 부끄러움도 한 몫이지만

내색하지 않는 것들이 눈물방울로 맺히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슬픔 들여다보면 소금에 절인

항아리 속 밴댕이 젓갈처럼 허기져 있다.

어두컴컴한 토굴 속에서 제 몸 삭히는 중이다.

 

앙다문 어금니 너머 속울음의 긴 팔로

옷깃 훌훌 털며 무릎 올곧게 세울 수 있을까,

 

마음의 집에 얹힌 더부살이

각별하게 무색무취한 정화된 맛으로

구름의 커튼을 열어젖힌 달의 얼굴은 언제쯤일까,

 

제 모습 비추는 거울을 더듬더듬 찾아가는 동안

어둠 속을 수놓기 시작하는 밤하늘 별빛들

 

내장 깊숙이 끌어당겨

무명씨의 기쁨이 당도할 때까지

모서리를 지우며 둥글어가는 환영(幻影)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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