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슬픔의 더부살이 /이만섭 본문
슬픔의 더부살이
이만섭
거짓을 드러내지 못하는 성정에 비추어보면
슬픔만 한 진실도 없을 테지만
결백의 몫을 키워 기쁨의 조각보를 깁는 슬픔이 있다.
어둠의 휘장을 두른 그림자가 빛의 등 뒤에서
환한 때를 기다리듯 감춰진 모습은
꼬깃꼬깃 접힌 부끄러움도 한 몫이지만
내색하지 않는 것들이 눈물방울로 맺히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슬픔 들여다보면 소금에 절인
항아리 속 밴댕이 젓갈처럼 허기져 있다.
어두컴컴한 토굴 속에서 제 몸 삭히는 중이다.
앙다문 어금니 너머 속울음의 긴 팔로
옷깃 훌훌 털며 무릎 올곧게 세울 수 있을까,
마음의 집에 얹힌 더부살이
각별하게 무색무취한 정화된 맛으로
구름의 커튼을 열어젖힌 달의 얼굴은 언제쯤일까,
제 모습 비추는 거울을 더듬더듬 찾아가는 동안
어둠 속을 수놓기 시작하는 밤하늘 별빛들
내장 깊숙이 끌어당겨
무명씨의 기쁨이 당도할 때까지
모서리를 지우며 둥글어가는 환영(幻影)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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