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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의 詩 文學

어떤 달밤 /이만섭 본문

시 6

어떤 달밤 /이만섭

이만섭 2024. 6. 14. 16:16

 

어떤 달밤

 

 

               이만섭

 

 

북소리 노랗게 울려 퍼지는 밤하늘

어둠의 나인들 변방으로 돌아가고 달밤이 당도했다.

나슬나슬한 실루엣은 발걸음조차 나비처럼

그윽한 감정을 사방에 빙 둘러놓고

미리 와 기다리던 달맞이클럽 회원들은

휘영청 아래 달빛이 따라주는 몽롱주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금세 가무가 시작될 듯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낭만을 토로하며

어떤 감상주의자는 사랑은 달밤에 하는 게 제격이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밤이 깊어가며 하나둘 몽롱주에 취해 쓰러지고

선비 같은 대나무도 옷매무시 흐트러진 모습을

제 그림자에 담았다.

취한 것이 결코 허물이 아니라는 달빛 창문도

졸음에 겨운 정오의 고양이처럼 실눈으로 바라보는데

몽롱주에 취하고 싶은 나도 고무락고무락 달빛 아래 도착했다.

장독대의 먼지처럼 가라앉은 풍경은

고요에 들키지 않은 속삭임으로 가득한 채

달빛 밤은 깊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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