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사나워진 풀 /이만섭 본문
사나워진 풀
이만섭
여름 뜰에 풀들이 맹렬하다.
초록 깃발을 올려 어디론가 돌진할 태세다.
사람들의 발에 밟혀 바둥거리던
연약한 서사의 날들이 가고
때가 왔다는 듯 모가지 빳빳하게 쳐들어
머리통에 수많은 감정의 화살촉을 돋아 올리며
날카로운 눈 꼬랑지는
핍박에 시달린 그 옛날 민초의 아픈 기억을 소환한다.
대지를 단단히 붙들고 뿌리의 힘으로 저항하는
억눌린 자율성을 생각하다가
풀을 뽑던 움켜쥔 손아귀의 힘을 슬그머니
풀며 끄덕끄덕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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