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저녁의 사색 -이만섭 본문
저녁의 사색
이만섭
새들 돌아가고
나무 어두워질 무렵
생각에 잠기는 집들이 태어난다.
어둠속에 부챗살 같은 손을 펴
숨어 있는 외로움까지 품에 끌어들인 별빛들,
낱낱의 등을 쓰다듬는 듯한 촉감이
견딜 수 없이 눈부신데
불 켜진 집들의 창은
눈동자같이 골똘하기만 해서
저 홀로 내면을 읽으며
지상의 맨 마지막 자리에서
온갖 생명들 다독이듯 깊어가는 이쯤의 마을은
그윽한 적막의 궁륭
엄마의 품 같은 집들이
아가를 잠재우듯 한가득 끝 모를 깊이로
고요의 목록의 펴 놓은 신전처럼
평온을 들여앉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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