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습관은 어떻게 몸속에 살고 있나 -이만섭 본문
습관은 어떻게 몸속에 살고 있나
이만섭
도망친 자가 되돌아오는 것을 목격할 때,
그는 가까스로 제 묶인 끈을 풀어 달아났건만
구심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잘못을 뉘우치듯 고갤 주억거리며 제 안으로 걸어온다.
멀리 가봤자 새로울 게 없는 발길은
알고 보니 자신을 맴돌았다.
오랫동안 은자로 살아온 그가
별안간 숲을 박차고 나와 벌판이 보이는 곳을 향해
절벽을 뛰어내려 강을 건널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꿈은 어둠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
창이 눈부실 때 소멸하는 것
세상 밖이 증명하는 것은 이 두 가지뿐,
끈에 묶인 발목을 어루만지는 그가
몸의 숙주가 되어
행여 느슨해진 끈이 풀릴까 봐 마음을 단단히 조여 맨다.
이로써 그는
빠져나갈 곳 있는 제 몸뚱이를 온전히 꿰매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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