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비의 접근성 /이만섭 본문
비의 접근성 /이만섭
비가 온다는 것은
비에게로 간다는 것
비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창은 흐려져 있고
사물들이 무거운 대기 사이에 간격을 두면
눈빛이 다가서고 있다는 것
공치는 일도
낮잠을 자는 일도
그렇게 온다
비의 중심으로 기울어진 생각들이 파다해지면
비는 그 무게를 덜어주려는 듯
쏴- 하고 쏟아진다
누군가는 설명해주어야 한다
비는 오되 비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평상심인 듯 오독해왔던 것을 인정해야 한다
비가 온다는 것은
비에게로 간다는 것
비를 문밖에 세워둔 채
옷도 젖지 않고 생각의 깊이를 잴 것인가,
비가 억수로 내리고도
물방울 하나 남기지 않고 비워낸 공중이
해답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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