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이만섭의 詩 文學

구름의 수사법 /이만섭 본문

시 1

구름의 수사법 /이만섭

이만섭 2011. 11. 11. 22:15

 

구름의 수사법 /이만섭

             

 

 

방목 중인 양떼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것을 보았다

초원에서는 종종 목격되는 일이지만

유난히 일사불란한 그들의 집단행동에

투명하게 쏘아대던 햇빛들이 자리를 비켜주고

양떼들은 변방 멀리 몰려가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울부짖는 것이었다

필시 무슨 곡절이 있는 듯싶었다

울음소리의 파장은 징소리처럼 둥글게 퍼져오고

짐작대로 구름장葬이 거행되는 것이었다

어떤 주검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초원은 건기로부터 얻어낸 해법 가운데

일찍이 하늘은, 누군가 죽어야 산다는

소멸과 생성의 법칙을 소유권처럼 쥐고 있던 터에

양떼를 몰던 적운층은 검은 상복으로 갈아입었던 것이다

주검 앞에서 모든 것은 엄숙하다

바람은 문상을 가는지 나뭇가지를 흔들고

산들도 예를 갖추어 어둔 색으로 침묵하고 있었다

슬픔은 아낌없이 나누어야 슬픔답듯이

한바탕 눈물을 억수로 쏟아내더니

계곡이 활기를 얻고 초목이 싱그럽게 반짝거렸다

울음이 응어리진 가슴을 지우고 평상심을 찾아줄 줄이야,

변방의 양떼들도 자취를 감추고

한세상 역마살에 허랑방탕한 줄만 알았던 그의 행보가

이처럼 깊은 뜻이 들어 있는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럼에도 속뜻을 정확히 짚어내기란

그가 흘리는 눈물방울의 수효를 헤아리는 일만큼이나

여전히 난해한 일이긴 하지만

너른 초원에 양떼를 방목하며 초원의 평화를 자처하는

떠돌이의 꿈을 한갓 헛되다고만 할 것인가,

비켜 있던 햇빛이 다시 들어서고

멀리 떠난 양떼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깃털마다 은빛으로 색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