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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의 詩 文學

둥근 저녁이 어둠 속에서 /이만섭 본문

시 1

둥근 저녁이 어둠 속에서 /이만섭

이만섭 2011. 11. 9. 18:36

 

 

둥근 저녁이 어둠 속에서 /이만섭  

 

 

 

태양의 포물선을 따라간 해거름의 길목 끝에 그어놓은 수평선이 팽팽하다

 

기다랗게 자란 미루나무 그림자는 저녁을 맞이하기 위해

몸을 키운 사양을 가로막고 보초병처럼 서 있다

 

시작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우듬지에서 한 생애가 꽃 피우듯이,

하루의 일과도 예외 없이 여명과 더불어 왔다가 노을이 피어나는 접점에서 수평선을 지우고

저녁을 바다처럼 열고 온다

 

어부가 그물을 던지듯 사물들을 가두며 일제히 촉수를 접는 빛살들의 시간에

노을을 배웅하는 집은 마당에 깔린 일상을 돌돌 말아 모퉁이 벽에 걸어놓고 어스름의 한가운데 정좌한다

 

달그락 달그락 빗장을 거는 소리를 쫓아 처마 끝 허공이 심해처럼 내려와 천지간이 접힐 때

창문이 닫히고 담장이 지워지며 골목이 사라진다

 

목탄빛으로 색칠하며 더듬이 같은 침묵으로 덮이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저녁이 만월보다 둥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