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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의 詩 文學

초정의 詩 한 수 " 겨울 여행 " 엿보기 본문

시 읽기, 기타

초정의 詩 한 수 " 겨울 여행 " 엿보기

이만섭 2008. 3. 3. 12:37

 

 

초정의 詩 한 수 " 겨울 여행 엿보기 " /이만섭

 

                                   

 

어느 날 설경을 찾아 정선으로 떠났다

정선까지 가도록 눈은 보이지 않고

구절리 종점에서 내려 눈(目)만 겨우 만났다

 

허물없이 길손에게 술 한 잔을 건네는

우연찮이 객지서 만난 호롱불 같은 그 눈빛에

헛헛한 가슴을 데우며 서둘러서 돌아왔다

 

눈보다는 눈(目)이 더 따뜻하고 포근하다는 것을

내가 찾아 헤맨 것은 눈이 아니고 눈(目)이었다는 것을

돌아와 또 홀로 앉아서 어렴풋이 알았네

 

                            -초정의 " 겨울 여행 " 전문-

 

 

겨울은 순백의 계절이기에 구태여 여행을 감행하지 않아도 마음에 여행을 담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추억에서 가져온 것을 재현하는 맛도 그 아름다움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천지를 하얗게 뒤덮힌 백설은 생각만 해도 내 안에 잠재한 신비주의가 꿈틀거린다.

시인이 왜 정선 땅까지 갔는지는 필자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겠으나 

짐작컨대 하늘에 닿는 겨울 봉우리 하나가 그곳에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시인의 마음을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바꾸어 말하면

새롭고 따뜻한 그 무엇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구절리 종점 또한 알 수는 없는 곳이겠으나

구절양장으로 다가 간 길의 끝에서 맞이한 눈(雪)과 눈(目)이 마주쳤던 곳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글이 시조라는  점에서 더욱 필자의 눈길을 끈다.

초정 시인은 매번 시조로서 독특하고 탄탄한 기량을 보여주는데 서슴치 않는다.

이렇듯 흉중의 말을 음율의 형태로 담기에는 연시조로 쓰여진 글이 더 적절할런지도 모른다.

애절의 꼬리를 물고 안개처럼 이는 끝없는 추측도 담아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조선시대 충렬지사를 노래한 고불 맹사성의 강호사시가나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 등이

대체로 시편의 뒤에 애절하게 감춰진 깊은 맛을 보였거니와 여기에서 시인의 심정은

아무리 적설량이 세상을 파묻이게 쌓여 있어도 눈(雪)보다 눈(目)을 강조한 점은

비록 산천의 눈이 빈객일지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눈이 포근하고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그 연민과 아쉬움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인연을 결코 잊을 수 없어 시인의 회상을 가득 차지하고 있다.

무릇 여행이 주는 생의 교훈은 헤아림이 크다. 어쩌면 모든 자연의 신비는 여행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시인의 겨울여행은 따뜻한 눈(目)으로 겨울의 눈(雪)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심, 깊은 말은 못하고 있어도 과거형으로 쓰여진 이 시 속에 안타까운 심정은

꺽임의 음절로 부를 수 있는 별곡조의 옛시조 형태인 계면조 섞인 쓸쓸함이 잔뜩 배어난다.

애절함도 열정도 뒤끝에 두고 돌아선 은근한 맛, 그 아쉬움을 또 찾아가는 것이 여행이 아니던가,

유난히 눈(雪)보다 눈(目)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 겨울 여행의 정이사지(靜而俟之)를 돌아본다.

겨울여행도 이 쯤은 되어야, 더불어 이런 감정 하나 쯤 품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