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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의 詩 文學

詩를 위한 변명 2 /이만섭 본문

시 읽기, 기타

詩를 위한 변명 2 /이만섭

이만섭 2008. 11. 9. 16:13

 

 

 

詩를 위한 변명 2

 

                        이만섭

 

 

 

우리의 소중한 언어 가운데 시를 위한 말은 따로 있는가, 정작 시를 위한 언어가 따로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허장성세이거나 언어의 기만일지도 모른다.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에 의미를 부여해서 쓰여지면 그만일테지 택스트를  따로 갖는다는 것은 자칫 시의 순수성를 저해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가 쓰고 읽혀지는 시가 이론과 실제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 속에 정의된 말처럼 시가 일정한 형식을 요구할 때 시를 쓰는 사람은 퍽으나 난감하다. 곧 시인이 써야 시가 될 수 있는가 라는 제한적인 말에도 닿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누구나 쓸 수 없는 시는 곧 시인을 위한 시가 될 것이며 그 시는 시인을 위한 시학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쓰여지는 시는 오히려 시적 형식에 사로잡혀 획일론을 면치 못할 것은 뻔한 이치다. 다시 말하자면 시가 소수인을 위한 문학 장르라는 협의의 카테고리 속에 갇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도 우리의 현대시가 소재는 물론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서도 구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육당의 신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로부터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의 현대시가 그간 숫한 변화를 겪으면서도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온 것은 끊임없이 독자와 이해의 폭을 좁히는 시를 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자에 이르러 일각에서 정체성 없는 멘탈리즘(언어의 허상) 현상에 휩쓸리고 있는 아쉬움을 본다. 이 점은 그간 우리 전배들이 쌓아올린 시정신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해야 할것이다. 한편 이것은 시대를 반영한다는 이름 하에 해체시의 자화상 같은 것일런지 모르겠지만 숙성되지 못한 언어가 표류하는 감마저 없지 않다. 그렇다면 이를 전제로 할 때, 내가 쓰는 시가 곧 시라는 주지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시적 형식을 빌어 요식행위 같은 문학행위로 쓰여지는 시가 되어서는 안 될것이다. 시대의 변화가 어떤 형태로 오더라도 요컨대 그것이 물리적 변화 속에서 수용 되는 것이지 화학적 변화로 옮겨가서는 곤란하다. 요즘처럼 시쓰기의 자유가 모호할만큼 영역의 구분이 팽대하고 난만한 가운데 시의 궤도를 벗어나는 시가 비일비재하다 그리하여 실험정신으로 쓰여지는 파행의 시는 언어의 폐해마저 없지 않아 이대로라면 그 소용돌이 속에 일어나는 포말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이로 인하여 야기되는 시의 가치 상실은 결국 시인과 독자의 몫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감정에 더 충실한 시적인 언어가 요구된다. 특히 현대시가 개성이란 명목으로 언어를 혹사시켜 언어로부터 불편한 관계에 놓여 정서적인 측면을 관과해버린 문장이 두드러진다 하겠다. 이점은 독자를 시로부터고립시키고 또다른 편집증에 시달리게 할 것이다. 권태로운 시가 결코 독자를 유쾌하게 할 수 없다. 시인의 영역에서는 반항하고 독자의 영역에서는 고민하는 그런 모색의 시정신이 절실하다. 자기중심에 치우쳐 독자를 얕잡아 본다거나 독자 또한 시에 속박 하여 편향된 이해는 시가 무력해지는 첩경이 될 것이다. 문학의 홍수처럼 활자화 되는 시적 만용 속에서 미당 서정주의 "나의 詩"가 조금이나마 생각을 정리해 준다.

 

 

 

나의 詩 /서정주

  

어느해 봄이던가, 머언 옛날입니다.

나는 어느 친척 부인을 모시고 성안 동백나무 그늘에

와 있었습니다.

부인은 호화로운 꽃들을 피운 하늘의 부분이 어딘가를 아시기나 한듯이 앉아계시고

나는 풀밭위에 홍근한 낙화가 안쓰러워 주워모아서는

부인이 펼쳐든 치마폭에 갖다 놓았습니다.

쉬임없이 그 짓을 되풀이 하였습니다.

그 뒤 나는 연연히 서정시를 썼읍니다만 

그것은 모두가 그때 그 꽃들을 주워다가 기리던 마음과 별로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제 웬일인지 나는 이것을 받아줄 이가 땅위엔 아무도 없음을 봅니다.

내가 주워모은 꽃들은 저절로 땅 위에 떨어져 구을르고

또 그런 마음으로 밖에는 나는 내 시를 쓸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