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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의 詩 文學
산까치 /이만섭
산까치 이만섭 물 깊은 호수 같은 침묵은 딱히 읽어낼 수 없는 표정으로 제각각인 나무들 틈새에 몸을 들여놓는데 숲은 미동도 하지 않으면서 내심은 반기는 방식인 듯싶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허리를 감싸 안아 자꾸만 안으로 끌어당기는데 혼자인데도 나무들 사이 줄을 지어 들어가듯 다독다독 걸으며 마음을 닦아내는 듯한 청량감에 몇 번인가 심호흡으로 어깨를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폐활량을 재며 몸을 읽어내고 있었다. 내가 나를 읽는 게 어쩌면 처음일지도 몰라, 먼지 쌓인 책장을 털어내면서 종이의 본향에서 문명에 찌든 마음을 비춰본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정화라는 말이 겹쳐왔다. 씻고 씻다 보면 비대해진 몸도 닳아 작아질 수 있을까, 숲의 깊이만큼 생각이 이르렀을..
시 6
2024. 9. 16. 0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