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獨白 /이만섭 본문
獨白
이만섭
혼잣말에 귀가 없다.
더듬더듬 찾아들어도 보이지 않는 귀
무슨 영문인지 주의 깊은 것을 에두르듯 말은 저만치에
구겨진 종이에서 빠져나온 활자 같다.
그렇게라도 벗이 되는 듯
그렇게라도 터놓고 싶은 듯
흙속에 뿌리를 감춘 식물 같은 말은
때때로 구석 어딘가에서 잦아드는 목소리가 있어
혼자만의 저녁을 노래 부르며,
그런 달밤 연못에 물여뀌로 피어
밤새도록 쏟아지는 별빛 담아내다가 새벽녘에
안개로 감춰지는 몽유의 풍경같이
주어가 생략된 서술적 감정을
오롯이 수첩에 옮겨 적는 깨알 같은 문장으로
슬그머니 거둬들이며 제 안에 갇히는 말일 진데,
무슨 이유로 침묵을 헤집어놓는가,
서성서성 귀가 없는 말이 외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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