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詩 文學
몽돌 /이만섭 본문
몽돌
이만섭
돌멩이 하나 주워 찬물에 씻었다. 한 생애를 통해 구를 줄만 알던 터에 닳고 닳아 모서리란 모서리 흔적 없이 지워지고 마침내 당도한 나의 손바닥 위, 돌의 검은 바탕 자세히 보니 수많은 실금이 박혀 있다. 이것들은 돌멩이의 핏줄일까, 구르고 구르다가 부딪쳐 상처 난 자리에 드러난 몸의 내부일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 풍상과 우레의 시간을 지나 평온의 자태를 얻기까지 온몸으로 이루어낸 존재의 내력이라는 생각에 마음 숙연해진다. 강가에 가면 흔한 돌멩이들, 아마 목적지가 그쯤이었을지 모른다. 그곳에서 돌멩이끼리 모여 오순도순 지내며 밀려오는 강물에 맞서 닳고 닳아가며 물 울음소리 나누어야 할 운명이 미쳐 내 손에 닿아 멈춰진 일인지도 모른다. 돌멩이를 다시 물에 담갔다가 꺼내본다. 더욱 선명해지는 몸체의 빛깔들, 검은 바탕에 거미줄 같은 은선 자국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마음 같아서는 지필묵 곁에 연적의 벗으로 수묵의 시간을 나누고 싶은데 나의 뜻이 비켜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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